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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첫 직장을 그만 둔 이유

이제는 그만둔 직장에서 겪었던 부당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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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6, 2021·

4 min read

나는 2018년 4월에 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냥 평범한 SI업체였다.
당시 나는 일본어 거의 불가능, 개발경험 없음(비전공)의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나를 채용해 일본생활을 시작하게 해 준 고마운 회사이다. 중소~중견의 SI업체가 거기서 거기이듯, 매우 평범한 조건의 회사였고 그 동안 아무 문제없이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저런 일들이 있고, 그로 인해 원래 계획 중이던 퇴사를 아주 서두르게 되었다.

1. 결혼휴가 문제

나는 2019년 12월 24일에 결혼(혼인신고)을 했다. 회사에도 신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구약소에 혼인신고를 하면서 회사에도 동시에 결혼토도케를 냈다. 토도케를 제출할 때 휴가 등의 설명은 일체 없었고, 아무말 없이 토도케만 수리되었다. 회사 내규 내용에 결혼휴가가 5일이 주어지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딱히 물어보진 않았다.

결혼휴가는 바로 쓸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에는 연말연시 휴가가 매우 길게 있고, 우리가 결혼 한 그 주에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혹시 거기에 연달아 결혼휴가를 쓴다면 2주 이상을 쭉 쉬어야 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고 우리의 휴가계획은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 그즈음 혹시나해서 규정집을 다시 확인했는데, ‘본인 결혼 - 5일’, ‘잘라서는 쓸 수 없음' 이외에는 결혼한지 며칠 이내에 써야한다던지의 기간에 대한 기재는 없었다. 따라서 당연히 기간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곧 상황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코로나 사태는 계속 이어졌고, 이제는 결혼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신혼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냥 휴가를 써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5월 26일, 지금이라도 결혼휴가를 쓸 수 있냐고 인사총무부에 메일로 문의하였다. 그리고 인사총무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결혼휴가는 특별휴가이고 지금 너무 시간이 지나서 승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토도케를 낼 때 설명같은 게 없었냐고 물었고, 나는 아무 설명도 못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규정집에 사용기간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적혀있지않아서 몰랐다라고. 그랬더니 "그건 추가해 둘 필요가 있겠네"라는 말이 돌아왔다. 설마했던 결혼 휴가를 못 쓰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어이없어서 그냥 포기를 하며 마무리 되었다.

2. 승급누락

이 회사는 연봉테이블이 있고, 급에 따라 받는 연봉이 정해져있는 구조이다. 입사 후 3년이 지나 4년차가 되면 첫 승급을 하게 되는데, 자격증 취득 등으로 더 빨리할 순 있으나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4년차에는 자동승급 된다.

나는 올해 4월로 4년차가 되므로 승급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월 25일 급여일에 급여명세를 받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승급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처음엔 뭔가 전산상의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동기들에게 확인해보니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메일로 문의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곧 인사제도 개정이 있을 예정이라 승급되지 않았고 그것에 대해서는 인사부장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인사부장으로부터의 설명’은 내가 퇴사할 때까지 없었다.

매년 4월 첫째주에는 전 사원이 모이는 전체회의가 있다. 올해 전체회의에서 인사제도 개정예정안을 발표하긴 했었다. 올해 10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10월부터 개정 예정이면 그 전까진 개정 전의 기준을 적용해야하는 게 정상일 터. 곧 개정 예정이니 아직 승급을 시켜줄 수 없다? 이 회사는 규정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구나.

사실 승급이 되어도 크게 이득보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승급예정이던 게 누락되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것인데, 그 후로 점점 승급 누락에 의한 손해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일단, 기본급이 다른 것. 이건 월 1~2천엔 차이라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업무수당. 매달 업무수당이 1만엔씩 나왔는데 승급했다면 1.5만엔이 나오게 됐었다. 퇴사까지 5개월간 달달이 6천엔 정도씩 손해를 보고 있던 것이었다. 또 간과했던 것들을 퇴직할 때 알게되었는데, 퇴직금도 급별로 금액이 메겨지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었다. 또한 남은 유급휴가를 돈으로 환급받았는데, 이것도 기본급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승급한 기본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보다 덜 받게 되었다.

아무튼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나는 빠르게 탈출하는 것을 실행하였다.

3. 수당축소

위에서 나온 전체회의에서 발표했던 인사제도 개정내용에 아주 불만이 많았다. 주택수당 폐지, 재택근무수당 개설. 주택수당은 본인이 세대주이면 월 2.1만엔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그런데 ‘성과를 내는 사람이 더 가져가는 제도'(성과를 내는 사람이 더 가져간다곤 하지만 개정 내용을 보면 결국 부장 및 임원급이 더 가져가고 평사원의 급여를 줄이겠다는 내용이라고 나는 생각했다…)를 만들겠다는 명목하에 능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주택수당을 없앤다는 것이었다.

그냥 명분을 억지로 만들어 월급을 줄이겠다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또한 재택근무수당을 새로 개설하겠다는 건데 “없애는 대신 이거라도 줄게”라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미 코로나로 인해 거의 전 사원이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1년 반동안 재택근무를 위한 전기세, 통신비, 냉난방비를 자비로 부담하고 있던 와중에 너무 늦은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는 이미 빠르게 신설해 운용 중인데 다들 백신도 맞고 있고 곧 with 코로나 시대로 들어가려는 상황인데 이제와서 재택근무수당을 주겠다는 게 괘씸했다.

결론

이제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끝냈고, 늦지않게 탈출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고마운 회사이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바라본 이 회사는 ‘가라앉는 배’였다.

원래부터 유능한 사람들은 모두 이직으로 퇴사하는 상황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인사제도 개정을 최악의 수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나는 이미 퇴사를 했고 신경 쓸 이유도 없다.

그러나 사회인으로써 첫 발을 내딛은 직장이기에 한편으로 응원하는 마음도 있다. 그 회사에 남아있는 내가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잘 좀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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